행복이 퐁퐁
이문자 권사
'스륵 스르륵'
차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아이가 얼른 할머니를 맞으러 나온다.
90도 허리를 굽히는 절을 한다.
"오셨어요"하고 인사말를 한다.
요즈음 모국어와 한글을 배우고 있어서 인사는 한국말이다.
미국에 이민 온 아이들은 한국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곳에서는 한국어 인사는 듣기만 해도 마냥 반갑다.
할머니의 가방과 짐을 받는다.
실내화 장화를 가져 와 할머니의 발에 신긴다.
겨울이 다가와 추워진 일기를 대비, 아이 엄마가 새로 산 실내화다.
장화 모양의 목이 긴 털신이라 허리 굽혀 신기가 조금 불편하다.
할머니가 손을 씻기를 기다려 끌어 안는다.
양쪽 볼에 뽀뽀를 한다.
쇼파에 앉으려 하면 얼른 등받이 쿠션으로 등을 받혀준다.
리모콘을 가져와 텔레비젼을 켠다.
할머니가 유투브 뉴스를 즐겨 보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새로 연습한 곡을 연주해 준다.
할머니가 원하면 언제나 얼른 달려와서 바이올린을 켠다.
그간에 그린 그림들을 가져 와 보여준다.
어느 친구 분이 여러 날 함께 지내고
" 어째 아이를 한 번도 꾸짖지 않네" 하고
아이 엄마에게 말하였단다.
"꾸짖을 일이 없으니 이를 어쩐담! ㅎㅎㅎ"
코로나가 더욱 기세를 부리고 있다.
코네티컷 전역이 온통 "레드 싸인" 이다.
아이는 여러 달 등교를 하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로 등교할 때는 할머니가 가끔 방문 하여도 아이를
긴 시간 만나보지 못하지만
이제는 집에만 있으니 수업시간을 빼고는 아이를 볼 수가 있다.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늘 아이를 부른다.
아이가 날렵하게 심부름을 한다.
아이의 표정이 뚱한 적이 없다.
언제나 상글 상글이다.
코로나 관계로 아이 아버지가 재택 근무를 하게 되어
지하실에 사무실이 차려져 있다
아래층 위층 지하실까지 계단을 통통통통 밟으며 아이가 심부름하기 분주하다.
"우리 이제 영이 좀 덜 부릅시다! 아이가 힘들겠어!"
엄마, 아빠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는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 곁을 맴돌며 엄마를 돕는다.
빵도 엄마랑 같이 굽고 만두와 쿠키도 같이 빚는다.
세탁기도 쓸 줄 알고 서랍정리도 하고 옷차림도 단정히 한다.
제 손으로 숱이 많은 긴 머리도 곱게 잘 빗는다.
집안에서도 제일 좋은 옷으로 입으라고 가르친다.
온라인 수업이지만 날마다 나들이 복장을 한다.
지난 여름 동안은 텃밭에서 할아버지를 많이 도와 드렸다.
잡초 뽑는 일, 텃밭에 물 주는 일이 아이가 즐겨
할아버지를 도왔던 일이다.
요즈음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기온이 적당할 때 할머니를 부축하여 뒷뜰에 나간다.
할머니의 건강이 아직 부축을 받을 정도는 아닌데
아이가 할머니를 부축하려 맘쓰는 것이 예쁘다.
할머니는 널따란 뒷뜰을 돌고, 아이는 그네도 타고 미끄럼도 타고 달리기도 한다.
아이가 예쁘고 기특하여 한 푼 용돈을 준다.
아이가
"고맙습니다" 하면서 90도의 절을 한다.
그리고 할머니를 안아주고 두 볼에 뽀뽀...
"할머니가 그냥 주는 용돈이 아니란다.
네가 착하게 하였기 때문에 주는 것이란다."
할머니는
"하였기 때문" 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요즈음은 웃음이 늘 얼굴에 머물게 하는 연습을 한다.
누구와 마주칠 때
"상냥한 웃음을 띤 얼굴 보이기"이다.
웃음을 많이 연습해야 웃음이 담긴 예쁜 얼굴이 된다고 가르친다.
그것이, "금방 되는 일이 아니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 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어느 때 미처 침대 이불을 정리하지 못하고 급하게 전화를 받고
침대 정리를 하러 가니 아이가 어느 새 가지런히 잘 정리해 놓았다.
퀸 사이즈 침대 이불을 정리 하는 일이 그리 쉽지도 않은 일인데...
"넌 어떻게 착한 생각이 계속 계속 나니?"
아이가 칭찬인 줄 알아듣고 방긋 웃는다.
할머니가 이제는 제법 몸무게가 나가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린다.
아낌없이, 주저없이, 듬뿍 듬뿍 칭찬을 해 준다.
이 아이를 생각할 때, 함께 있을 때,
할머니는 정말 행복하다.
아이에게서 행복이 샘솟듯
퐁퐁 솟아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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