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봉숙 권사님을 보내며

      날짜 : 2020. 09. 20  글쓴이 : 이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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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봉숙 권사님을 보내며


        오늘 아침에 가까웠던 동갑내기 친구가 갔습니다.


        병문안을 가겠다고 적잖이 보채어도, 

        식사라도 사겠다고 여러 번 졸랐어도 

        다음에...다음에... 라고 미루더니 

        기어이...

        병이 제 생각 보다 훨씬 더 위중했었나 봅니다.


        이전 한 차례 암 수술을 하였고 

        긴 시간에 걸친 항암치료로 완치되어 가는 듯 하였습니다.

        다시 재발하면 항암치료를 또 받지는 않겠노라고 

        약간의 열기로 볼그스럼해진 얼굴로 이야기하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코로나가 만연한 시기라 장례절차를 모두 줄이고 

        10월 1일에 추모 예배를 드리는 일로 

        친구를 영영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천국에서나 반가운 재회를 가질 수 있겠지요.


        늘 깔끔하고 화분 가꾸기를 즐겨하던 친구입니다. 

        친구가 돌보던 많은 화분들이 많이 슬플겁니다. 

        제게도 분양해 준 화분 하나, 제 책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한 동안 저와 더불어 권사님을 그리워 하겠지요.


        "나 곧 갈게! 기다리고 있어! "


        내게 늘 너그러웠고 

        맑고 곱던 친구야! 안녕! 안녕!


        이문자 권사




        ***** 지봉숙 권사님을 추억하게 하는 

        지난 적의 제 글을 덧하여 올려드립니다.


        우리 집 무궁화

                                    동시사랑   이문자


        앞 정원에 무궁화 한 그루가 있어요. 

        작년 보다 올해 부쩍 키가 더 자란 듯 이층까지 올라와 
        제 방을 기웃거립니다.

        현관 앞 쪽에서 무궁화꽃을 돌아 보니 꽃이 많이 피지 않아서 
        서운하였는데 이층 제 방 창문 앞에 무리지어 피어 있네요. 
        환하게 밝은 곳에서 햇살을 담뿍 받으려고 열심히 자랐나 봅니다. 

        어느 한 날 권사님께서 저를 찾으셨어요. 

        "제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제가 웃음을 띄고 다가가 권사님을 바라보았어요.

        "언제 이사갈 계획이 있어?"

        정말 뜬금없는 물음이었어요. 
        우리가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니요, 그러나 아이들 직장이 바뀌면 그땐 옮겨 가겠지요!" 

        이렇게 답하자 권사님은 약간 서운한 기색이 되셨어요. 

        새로 좋게 집을 짓고 입주한 우리 집, 
        교통이 편리하고
        동네에서도 좋은 곳에 자리잡은 썩 맘에 드는 집이지요. 

        권사님께서 이사를 하게 되셨나 봐요.
        그래서 극진히 건사하고 계시던 무궁화 나무를 이사오는 
        미국 분에게 보다는 우리 집에 옮겨 심으시고 싶으셨던 거예요.
         
        그 다음 주, 권사님이 세 집사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계셨어요. 
        역시 나무 이야기 였어요. 
        세 집사님이 저마다 

        "저 주세요!"  "저 주세요!" 하고 

        조르고 있지 뭐예요. 
        저 같으면 달라는 이에게 얼른 주고 말것을...
        권사님은 짬짬 하시더니 

        "좀 생각해 보고..." 

        이렇게 끝을 내시더라고요.

        "사람 무안하게스리 왜 저러시지?
        그까짓 나무 한 그루가 무슨 대수라고..." 

        저는 생각했지요.

        저는요, 무엇이든지 탐내는 성질이 아니어요.
        가지고 싶은 사람 다 가지고 남는 것 있으면 취하는 정도,
        순간 순간 조금씩이라도 이득을 취하면... 
        그것이 축적되어 부를 이룰까요? 
        저는 그리 생각이 되어지지를 않아요.
        하나님께서 주실 만 할 때, 우리가 받을 만 할 때 
        듬뿍 주신다고 믿거든요. 

        저의 부모님께서도 그러셨고 저의 세 자녀도 
        그점 저랑 똑 같습니다. 
        가지고 싶은 사람 다 가지고 난 다음 남는 것이 있다면...

        권사님의 그 무궁화 나무, 바로 그 나무가 기어이 우리집 
        앞 정원에 자리잡게 되었어요. 



        권사님의 고명 따님이 주일학교 교사를 맡고 있었는데 
        어느 무섭게 폭풍우가 치던 아침에 교회에 가다가 
        빗길에 미끌어지는 사고를 내었대요. 
        교회 바로 앞에서 그만 슬픈 일을 당하고 말았던 거예요.

        일기예보도 그러하였고, 심한 비바람이라 식구들도 말렸건만 

        "한 아이라도 나오면 제가 맡아 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하며 굳이 길을 나섰다는 겁니다.

        이 무궁화 나무는 따님이 어린 묘목을 손수 가꾸어 온 
        나무였답니다.

        권사님 부부께서 연세가 드시자 집을 줄이시게 된지라,
        (조그만 아파트로 이사하신대요.) 

        '오, 그래서 그렇게 망설이셨나 보구나!' 

        무궁화는 한국 본산인 
        보라빛 무궁화입니다. 

        저는 권사님의 그 따님을 본 적은 없지만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귀하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애착을 가지고 사랑으로 무궁화를 돌아봅니다. 
        어언 십 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무궁화는 긴 여름을 두고 두고 피어 아침마다 
        저와 만납니다.
        환한 미소로 서로 반기며....

        두 분께서는 
        주일 예배 후에 따님이 잠들고 있는 묘소에 
        늘, 어김없이, 찾아 가십니다. 

        거기서 그렇게나 

        아름다웠던, 
        그리운,
        곱게 핀 무궁화 같은, 

        따님을 
        반갑게 만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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