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이 준 선물
동시사랑 이문자
연륜이 더해 갈수록 경험의 폭이나
안목이 넓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여건이 된다면, 아니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자녀들이 대 도시, 좋은 학교, 좋은 교회, 좋은 선생님 아래서
좋은 교육을 받아야 된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로 여겨진다.
*****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서울에 처음 입성하게 되었을 때
연년생 세 아이를 둔 젊은 새댁으로 참 분주하고 힘든 때였다.
우리가 서울로 옮겨 왔다는 사실을 알기가 무섭게 전주에 사시는
큰 시누님이 대학을 재수하게 된 조카를 서울로 올려 보내셨다.
우리가 방을 두 개 잡았다 하나, 방 하나는 아이들 셋과 내가 써야 하고
또 하나는 겨우 책상 하나 이부자리 하나 펼까 말까한 좁은 방인데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그나마 잠간의 쉴 틈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세 아이와 각시에게서 헤어나지도 못하는 번잡한 나날이 되어서야...
시골 시아버님의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거의 동시에 조카가 당도하였다.
어찌하나?
나는 불평의 말 한 마디도 꺼내 보지 못한체...
"전주의 명문 학원이 어때서?"
"시누님은 왜 내게 부탁한다는 말 한 마디도 없으신가?"
이런 지경에 내가 조카를 반갑게 맞았다면? 그것은 참이 아니다.
내 마음이 그러했고 또 세 아이를 돌보는 일이 힘겨웠으며
거기 공무원의 박봉...
맘이 유쾌(?)하지가 않았다.
세월이 흘러흘러 서울 S대를 나온 조카가
유수한 대학의 학장이 되고...
나를 만나게 되면 그 때의 나의 수고를 감사해 한다.
용돈도 챙겨 주면서...
그때 마다 나는 무안하다.
지난 번 귀국하여서 조카를 만났을 때,
더 좋은 보살핌을 배풀지 못했음을 이야기하면서
용서를 구하였다.
"그때 숙모가 너무 철이 없었단다.
더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야기하는 동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니 무슨 말씀을요?
모든 것이 숙모님 덕분입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래 마음에 걸리었던 나의 부족했음을 말하고 나니
맘이 확 밝아졌다.
이제는 자신의 부족함을 밝히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났구나!
"이는 연륜이 준 선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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