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그렇다
동시사랑 이문자
필요에 따라 글을 써서 꼭꼭 감추어 두는 이가 없지는 않겠으나.
대개는 글을 오픈하고
내용을 공유하기를 원한다.
열린 마음이다.
한국에서는 "장기를 펼쳐 보이라" 하면
심하게 사양하는 경우가 있다.
기량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
그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곳 미국은 조금 다르다.
미국이 이민의 나라여서 세계 각개국의 문화와 풍습이 다르고
또한교육이 달라서 그러한가?
자신이 가진 장점이나 실력을 마음껏 펼쳐 보여야 한다.
안하면 못하는 것으로 규정해 버린다
여러 번 권하는 일이 없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싫다고 해도 억지로 권하는 풍토가 있다.
그러나 이곳은 그렇지 않다.
*****
미국의 대형교회에서 교회를 오픈하고 새로 이민 온 이민자들에게
미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프로그램으로 이민자를 돕는다.
영어를 배우겠다면 약간의 테스트를 거쳐 실력에 따라
적당하게 그룹을 나눈다.
또한 여러가지 취미에 따른 학급 편성도 있다.
이들 이민자들은 대개 라이드가 없다.
교회 성도들이 자청하여 등하교 라이드를 맡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교회 출입문 앞에 커다란 탁자를 두고
성도들이 집에서 구운 빵을 잔뜩 쌓아 놓는다.
이민와서 앞 길이 막막한 자들에게 교회에서 보이는 사랑이다.
어려운 이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이웃사랑이다.
사정이 어려운 이들이 반갑게 빵을 가지고 간다.
사정이 어렵지 않은 이도 빵 맛이 궁금하다며 하나 씩 들고 간다.
나는 이들과는 조금은 다른 형편, 남편이 대사관에 부임되어 왔으니,
이민 초기의 불안이 덜하다.
그래도 이것 저것 배울 것이 많은 터라 성경공부 클라스에 등록하였다.
성경공부 클라스는 먼저 찬송을 부르고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
예배를 우선하여 드리는 것이다.
남편이 잡지사 편집장이라는 예쁘고 상냥한 젊은 여성이
나의 선생님이시다.
내가 찬송하는 소리를 듣고 일찌감치 마음에 두었던가 보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터 교회 어린이 성가대원이었고
이 날까지 이 일을 사명으로 알고 감당하고 있다.)
막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즈음이었다.
모든 클라스가 참여하는 성탄절 축제가 있단다.
으뜸가는 클라스에게는 수상도 있단다.
나의 선생님은 "솔로"로 우선 나를 지목하였다.
나는 손 사래를 치면서 사양하였다.
선생님도 나도 클라스 멤버들도 조금은 머쓱해진
상태로 수업이 끝나 귀가하였다.
"크리스마스 축제에 엄마가 뽑혔지 뭐니?
사양하느라 힘이 들었단다."
약간은 자랑스런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였더니,
"어머니, 한다고 하세요.
미국은 한국과 달라서 안하면 못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어떤 일이라도 참여하는 일을 좋은 일로 여겨요.
어머니께서는 잘 하시니 사양은 마시고요."
아들의 강한 권유로 이튿 날 바로" 솔로"가 되기로 말씀드렸다.
클라스는 스물 다섯 개, 각 클라스가 장기자랑을 준비한다.
경연의 날이 가까울수록 은근히 열기가 더해진다.
우리 멤버중 한국인 4명은 한복을 입고 인도인 베트남인 일본인,몽고인...
각 나라의 민속 옷을 입고 출연하기로 하였다.
오여사가 듬직하고 부드러운 엘토 소리를 잘 낸다.
오여사와 나 둘이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이중창으로 소리 높혀 부르며
통로 중앙을 지나고
나머지 멤버는 흐밍을 하며 우리 뒤를 따른다.
이후 무대에 올라 약간의 율동을 겯들인 공연을 펼친다.
우리 클라스가 준비한 또 하나의 곡은 "아리랑" 이었다.
동양 여러나라의 의상은 생각보다 한결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수 소리가 컸다.
미국 교회의 커다란 무대 위에서 생각지도 못한
공연을 하게 된 것이었다.
우리 팀이 "의상 상"도 받았다.
*****
이후 나의 동양적인 겸양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잘하고 못하는 것을 그다지 문제 삼지 않는다.
참여하는 데에 큰 비중을 둔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얼른 나서야 한다.
미국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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