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그 사람
동시사랑 이문자
오래 전 제가 살던 부산대학교 앞 장전동에 조그맣고 오래된
성당이 있었어요.
이 성당에 신부님 한 분이 새로 부임해 오셨어요.
신부님은 오스트리아 분으로 50세를 넘어 보이시는 분이셨지요.
색깔이 거의 바랜 까만 양복을 입으시고 역시 너덜해진 까만
가죽가방을 들고 오셨어요.
짐작컨데 가방 안에는 성경책과 내의 몇 장이 들어 있었겠지요.
이렇게도 간단한 신부님의 이삿짐,
교우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요즘 우리들 단박에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지 않나요?
신부님은 성령으로 거듭나고, 변화되신 분,
신부님을 맞은 교우들의 기쁨은 날마다 커졌어요.
“성자 같으신 신부님께서 부임하셨다!”
소문은 날개가 돋힌 것 처럼 금방 온 동네에 퍼졌어요.
성당의 울을 넘어 멀리 멀리 퍼져나갔어요.
신부님께서 지나가시면 교우는 물론,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존경의 눈길을 보내며 길을 내어 드리곤 하였어요.
신부님의 관심은 오로지 병약하고 가난한 자들에게 있었어요.
늘쌍 그들을 심방하였고 위로와 기도를 쉬지 않으셨지요.
교우들이 드디어 안을 내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 입으시는 낡은 양복 대신에
깔끔한 양복 한 벌,
그리고 와이셔츠, 넥타이, 구두 한 켤레,
꼭 입으셔야 한다는 약간의 강요(?)의 말씀과 함께
신부님께 선물을 드렸어요.
성당은 천국에서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준비하는 곳이고,
교회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축복을 받으며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아름답게 살고자는 것이고... 그런건가요?
성당과 교회가 여기서 부터 조금 그 빛깔이 달라지고 있는 것인지요?
저는 어릴 때부터 교회 안에서 성장해 왔어요.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사랑과 은총에 싸여 아무 어려움 없이
행복하게 살아 왔어요.
늘 감사하면서요.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하시며 바른 길을 일러주셨고
저의 삶의 주관자가 되시었지요.
그런데요.
요즈음의 교회 그 실상이 몹시 마음이 아파요.
교회가 생활이 어렵고, 대책이 없는 교인들에게서 까지
헌금을 걷어내어 그렇게 모은 많은 돈을 하나님의 뜻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에 마구 쓰고 있다네요.
그런 일로
교회는 분란이 일고
교인은 뿔뿔이 흩어지고,
목사는 교회와 법정싸움까지 벌이고...
돈, 돈, 돈,
이 모든 일에 돈이 문제라고 합니다.
신부님께서 3년간을 임직하여 계시던 성당을 떠나시게 되셨어요.
한국에서의 헌신의 삶, 맡아오신 소임을 다 마치고
오스트리아로 영구 귀국하시게 된 것이어요.
조촐한 송별연이 있던 저녁
교우들은 모두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어요.
마치 신부님을 영영 잃기라도 한 것 처럼,
이튿 날 새벽, 채 여명이 밝아오기도 전 어둠 속을,
단 한 사람의 배웅도 받지 않으시고
신부님께서는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신부님께서 떠나신 후 그 빈방을 들여다 보던 교우 한 분이
깜짝 놀랐습니다.
그가 무엇을 보았나요?
늘 신부님께서 쓰시던,
오래된 낡은 나무 책상 위, 그곳에 잘 접어 놓은
양복 한 벌,
와이셔츠, 넥타이,
그리고 까만 가죽가방,
바닥에는 구두 한 켤레
그리고 조그만 쪽지 하나,
“저는 이제 돌아가니 쓸 일이 없습니다.
꼭 필요한 어려운 이에게 이것을 전해 주세요.”
신부님께서는 성당에 부임해 오시던 날의
그 모습 그대로 가셨습니다.
색 바랜 까만 양복과,
너덜해진 까만 가죽가방
그리고 다 낡은 까만 구두...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저는 그 분을 잊지 못합니다.
겨우 몇 차례 인사를 나눈 것 뿐이지만.
선량한 푸른 눈 빛,
그 얼굴에 늘 머물던 미소,
바쁜 걸음으로 총총 심방을 다니시던 모습,
정녕 잊지 못합니다.
그 분은 이 세상에서, 이제껏 제가 만난
단 한 분의
성자이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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