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이런 일이! (세번째 호박)
봄이 오자 남편이 텃밭을 가꾸어 보겠노라고 했다.
시골에서의 생활이나 전원에서의 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씨 뿌리는 재미나,
씨에서 조그만 싹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 같은 것을 알지 못했다.
물론 수확의 기쁨은 더더욱 알지 못하였다.
뒷마당 볕 바른 곳에 터를 잡고 삽으로 깊이 흙을 파서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골라내고
상점에서 사 온 비료와 골고루 뒤섞었다.
남편 역시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었다.
상추와 쑥갓의 씨를 뿌려 놓고
고추와 오이, 토마토, 호박의 모종을 사다 심었다.
이 날 부터 나는 아침에 눈을 뜨기가 바쁘게 텃밭으로 나가
쏘옥쏘옥 움 터 오는 새싹들과,
동그르르 말려 있던 새순들이 덩굴 손을 펴며
조금씩 조금씩 벋어나가는 모습을 지켜 보게 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또 하나의 경이롭고 새로운 경험이자 즐거움이 되었다.
겨우 세 평 남짓한 텃밭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싱싱한 상추와 쑥갓 쌈을
즐길 수가 있었고,
갓 따온 오이에 고추장을 듬뿍 찍어 사각사각 베어 먹는
그 상큼함을 맛 볼 수가 있었다.
이따금 가까운 이웃과 내 집에 들러주는 친구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줄 수도 있었다.
여름 동안 비가 잦더니 오이의 덩굴이 서서히 물러지고
호박도 씨방이 맺혔는가 하면
간절히 지켜 보고 있는 나의 기대도 아랑곳 없다는 듯
며칠을 못 넘기고 일없이 시들시들 떨어져 버렸다.
고작 애호박 너덧 개를 맛 보았을 뿐인데….
호박 수확은 영 기대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내심 마음이 서운했다.
어느 결에 가을이 깊어졌는지 바람 결이 차가와 지고
텃밭의 채소들은 눈에 띄게 기운이 쇠하여지기 시작했다.
오이의 덩굴은 이미 다 말라버렸다.
이제는 오이와 호박 덩굴을 걷어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였다.
“끝물에 달린 두 개의 호박!”
마지막 두 개의 호박을 땄다.
거의 말라버린 덩굴에 걸맞지 않게 두 개의 호박은
시장에 상품으로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파르라니, 반질반질하게 모양새가 좋았다..
"한 개는 우리가 먹고 한 개는 늘 친절히 대해 주시는
권사님 댁에 갖다 드려야지!”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호박 두 개를 양 손에 들고 한 동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까
좀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딱 두 개 뿐이네! ”
“한 개 만 더 있었더면 좋았으련만…”
나는 거의 다 말라버린 호박 덩굴을 아쉬운 눈으로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하나님께서 하나 더 달리게 해 주신다면….”
“하나님께서는 하실 수가 있으신데….”
“호박 덩굴이 다 말랐다고 못 하실 리가 없으시지!….”
이런 생각을 하며 권사님의 댁으로 향하였다.
“ 어머나! 놀라와라! 어째 이런 일이!…. ”
막 퇴근해 온 남편이 텃밭에서 호박 덩굴을 걷어 내고 있었다.
거기 마른 잎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던 담벼락 구석진 곳에,
놀라와라!
아마도 10파운드는 실히 됨직한
누우렇게 잘 익은 호박 한 덩이가 숨어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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